"깊은 삶에서 우려낸 언어의 특성 뛰어나"/ 전권호 시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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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삶에서 우려낸 언어의 특성 뛰어나"/ 전권호 시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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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삶에서 우려낸 언어의 특성 뛰어나"/ 전권호 시인 편 




비요일    


                     전권호 

                          


비 뿌리는 날은 게으름이 

허용되는 비요일

빗방울이 굵어지면 누군가 부름에 끌리어

우산 지붕에서 연주되는 소나타 7번

흥분 속에서 짙은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실루엣 같은 내 모습의 멋

깊어지는 착각들


만지면 열기가 꽉 차는

건드리면 팽배해진다는

두드리면 열어진다는

또 다른 너의 헛된 착각


폰을 꺼 두고 공간을 나선다


우산 아래에서는

또 다른 공간이 지어진다


들린다

우산이 연주하는 라장조.


2022.1월 선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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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권호 



하수인이 아니다


누군가의 손 흐름 속에서

멋지고 빈틈없는 애무에

벗겨지는 마지막 한 올 뒤의

살빛 나신이 되어

먹여지기를 바라는

땅콩이고 싶어 한다


말하는 그림이고 싶어 한다

느껴지고 싶어 하며

감상 되고 싶어 한다

설명이나 해석되길 싫어한다


아, 

나는 간절히 먹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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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장마


                     전권호



칠흑 같은 이 밤에

달빛 별빛도 감추고서

무슨 욕심으로

까만 치마 속을 내보이며

어째 슬피 우는가


찢을 거 다 찢고

날릴 거 다 날리고

무슨 억하심정으로 쉬러 가는 구름

뒷덜미를 잡고서 이렇게 슬피 우는가


낮에는 온갖 날것들을

다 쪄 먹을 듯이

용광로 쇳물을 내리붓더니

무슨 소갈딱지로

인정사정도 깔아뭉개고

이렇게 구슬피 우는가


늦게 와서는

담장에 턱 고운

하얀 장미꽃이 미운 거야


노루 궁둥이 같은 

하얀 대파꽃이 보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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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전권호


이 글은

오늘까지 내가 쓴

몇 번째 글인 줄을 모릅니다

기억도 없습니다


이 글은

간직하면서

저번 글의 답이 오면

이 글을 보낼게요


스카비오사 가 피었습니다


답은 옵니다 

그때

이 글을 보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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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풀꽃이


                        전권호


자전거가 밟고 가고

오토바이도 밟고 가고


행인들도 밟고 가고

파출소 순경도 밟고 가고

동사무소 직원은 그냥 지나친다


저, 저기 야물어 질수 있을까


눈에 익숙한 모습의

기억 한쪽의 손길에 의해

애기똥풀이 꽃봉오리를 이고 있다


그놈 그거 사람 되어가네

귓전을 울리는


엄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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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삶에서 우려낸 언어의 특성 뛰어나"


전권호 시인의 비요일 외 4편


우선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팔구십 퍼센트가 서정시라 할 수 있는데 서정시의 개념에 잘못된 인식과 오해가 있어 왔음이다.

서정시는 자연 친화적인 글 미사여구만 잔뜩 나열된 또는 도덕경이나 경전처럼 효나 예를 표현해야 한다는 그릇된 생각들이 일부 밴드 같은 곳에서 시를 쓴다는 문우들의 대부분 인식임을 보아 왔다.


여기서 서정시의 개념에 대하여 언급은 자제하기로 한다. 서정시란 것은 내면의 정서 또는 개인의 서정을 형상화 시켜 지면에 실어 보는 것. 은유라는 이름과 비유라는 그림을 그려 보는 것. 표현의 방식으로 리얼리즘이니 모더니즘이니 하는 시적 폼새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심사자의 눈으로 전권호의 시를 객관적으로 느껴 보기로 한다. 먼저 전권호의 시에는 그 흔해 빠진 그리움이니 고독이니 

사랑이니 엄마라는 상투적 시어가 보이지 않아 다행스럽다 개인적으로도 좋아 보인다. 그가 쓰는 시어들은 우리들의 일상에서 보이는 삶의 부대낌에서 우러나는 진한 단어들이란 점에 안심이다. 완성도면에선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그의 시는 우선 상투성에 대한 파격이 있고 울림이 있다. 한 편의 작품을 썼을 때 가슴 한 귀퉁이라도 건드려 줘야 않겠는가. 다만, 전권호 글의 방향성은 모호하고 시가 근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작은 질서 같은 기본 같은 것은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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